2월 13일. 간만에 전단지 알바를 했다. 이번엔 코코펀 배포다. 전단지 알바 했던 경험도 있고, 코코펀은 유용한 쿠폰책이기에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산이었다.
첫번째 변수는 바로 비였다. 겨울에 눈도 아니고 비라니! 갑작스레 추적추적 내리는 비 덕에 사람들은 손이 하나 줄어버렸다. 게다가 우산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다. 코코펀은 젖고 있었다. 나도 젖고 있었다. 우산들고 배포하는 것은 무리였다. 잠시 바닥에 뒀던 우산은 새 주인을 따라나섰다.
두번째 변수는 코코펀을 모르는, 혹은 관심 없는 사람들이었다. 강남의 빌딩숲이 있는 곳에서 배포를 한지라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거절했다. 배포 초기에 "코코펀입니다" "쿠폰받아가세요" 를 외쳤는데, 이내 하나마나라는 것을 알아챘다. 종종 지나가던 20~30대 여자들은 스스로 와서 가져갔다. 하나 더 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어찌나 고맙던지.
3시간 밖에 안했는데도 허리가 쪼개지는 줄 알았다. 상처받은 마음도 아파했다. 역시 쉽지 않다. 전단지 알바의 유일한 낙은 사람 관찰이다. 하다보면 관찰도 힘들어지긴 해도 재밌는 현상들이 많다.
모방 심리때문인지 사람들이 잘 받아가면 몇분간은 정말 잘 나간다. 하지만 안받아가기 시작하면 역시 몇분간은 정말 손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안받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단지가 귀찮기때문에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하다보면 이게 재밌게도 유형화가 되는데, 가장 많은게 "회피형" 이다. 나도 많이 쓰는 방법인데 멀리서 전단지 알바를 발견했을 경우에 돌아서 가거나 눈치 잘 봐서 줄서는 형태다. 알바가 몸도 한개고, 사람들이 붐빌 경우에 붙어있는 두 사람에게 연속해서 전단지를 쥐어주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기때문이다. 이따금 저멀리서 나랑 눈이 마주치고선 갑자기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얄밉다ㅠㅠ
그다음은 "무시형"이다. 그냥 무시한다. 눈도 안마주치고 그냥 지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사실 마음이 약한 경우가 많은 것같다. 뭐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안받자니 미안하고 받자기 귀찮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같다. 무시하더라도 전단지를 계속 손 앞에 들이대면 손이 움찔움찔 거리는 것이 보인다. 난 이게 잼있다. 주머니에 있는 손이 움찔움찔 거린다. 진득하니 들이대면 20~30%는 결국 가져가고 만다. 가끔은 내가 포기하고 빼려고 하는게 낚아채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하나는 "이유창조형" 이다. 이름 만들려니 마구 유치해지는데, 갑자기 알바 앞에만 오면 손이 오그라 들어 주먹을 쥐거나, 그전까지 한손으로 들고있던 물건을 갑자기 두손으로 쥐거나, 갑자기 손이 시려웠는지 양손을 모두 주머니에 찔러넣는다. 안받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은 "거절형" 이다. 그냥 딱 거절하는거다. 깔끔하다. 알바도 그냥 포기하게 된다. 손바닥을 펴며 "됐습니다" 하거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꾸벅 인사를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덩달아 인사하게된다;; "아까받았어요" "있는데..."도 자주 쓰이는 거절표현이다.
앞으로도 몇차례 더 할거같은데... 또 재밌는걸 발견할 수 있을까...


